카불라의 꿈
‘카불라’를 처음 만난 건 제가 탄자니아에서 선교사로 지내던 2015년 10월의 무더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생김새는 분명 아프리카 아이인데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이 노란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보자마자 불안해하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저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아이는 한쪽 팔이 없었습니다. 제가 협력 사제로 함께 일하던 ‘아프리카 선교회’(Society of African Mission)의 원장 신부님께서 저에게 그 아이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카불라’.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알비노 아이였습니다.
저도 저의 소개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선교 사제라고, 만나서 반갑다고.
보통 그곳에서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만 저는 고개를 숙여 한국식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선교 사제라는 말에 카불라의 경계하던 얼굴이 금세 환해졌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하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고 저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한국 인사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카불라의 팔이 없어지게 된 그날의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카불라는 참 밝고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탄자니아는 각 마을마다 주술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상한 미신을 만들어 내고 마을 사람들은 그러한 미신을 믿고 살아갑니다.
탄자니아의 많은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알비노 신체의 일부를 가지고 있으면 건강해지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을 믿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알비노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박해를 받습니다.
그 사건이 있던 날, 카불라는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괴한들이 들이닥쳐 세 번이나 커다란 칼을 휘둘러 카불라의 오른팔을 가져갔습니다.
카불라와 가족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카불라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들이 내 팔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 내 팔을 가져가서 무엇을 얻었는지, 아니면 그냥 버렸는지 여전히 알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안에서도 알비노 출생률이 1,400분의 1로 가장 높고 약 17,000명의 알비노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박해를 받고 차별을 받으며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번 본부 연말연시 캠페인,
‘아프리카의 하얀 천사 지킴이 프로젝트’는 탄자니아의 알비노 보호시설인 탕가 하우스를 지원합니다.
탕가 하우스는 탄자니아 내 알비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기금은 더 많은 알비노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증축하는데 쓰이고
아이들의 질병 치료와 교육 활동, 인지 개선 활동을 위해 쓰이게 될 것입니다.
카불라는 이야기합니다.
“신부님, 저는 탕가 하우스에 지내면서 꿈이 생겼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저 같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될 거예요!”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카불라가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탕가 하우스에 있는 제2의 카불라와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위해서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센터장 이창원 다니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