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와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본부 나눔자리 장기기증자 기억공간에 달린 천을 당기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나눔자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고 정진석 추기경을 그린 생명나눔 작품.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지난 4월 선종하며 안구를 기증한 고 정진석 추기경의 이름이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자 기억공간에 새겨졌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0월 31일 서울 명동 ‘2021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를 열고,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난 기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이날 행사는 장기기증자 기억식과 장기이식수혜자 특강ㆍ추모미사ㆍ기증자 기념식 순으로 진행됐다.
장기기증자 기억식은 서울 명동 1898광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나눔자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하고, 지난 1년간 실제 장기기증을 한 7명의 유가족 20여 명이 참석했다. 기억식을 통해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올해 생명나눔을 실천한 이들 중 11명의 이름이 나눔자리 장기기증자 기억공간에 새겨졌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는 기억식에서 “이곳 나눔자리는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난 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 숭고한 뜻을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곳”이라며 “이들의 위대한 사랑의 행위가 가족의 마음속은 물론 주위 많은 사람 기억에도 새겨져 세상 속에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억식 후 유가족은 나눔자리 한편에 장기기증자 사진을 모티브로 작업한 생명나눔 작품 전시를 둘러보며 떠나간 가족을 추모했다. 이번 생명 나눔 작품전시는 11월 한 달간 진행된다.
이어 장기기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추모 미사가 가톨릭회관 1층 대강당에서 유경촌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은 그 위대한 행위로써 이미 하느님께 봉헌됐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함께 하는 미사는 그 유가족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죽음 앞에 유한한 존재이며, 죽음이 주는 허무와 인간 삶의 유한함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하느님과 그분을 믿는 신앙”이라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생명을 나누어 주고 간 장기기증자야말로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여 인생을 최고로 마무리하신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직도 매년 2000여 명 이상의 환자들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상황”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이 이 위대한 사랑의 행위인 장기기증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유 주교는 미사 후 진행된 장기기증자 기념식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장기기증을 한 7명의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감사패를 받은 김애경씨는 “어머니가 2014년 장기기증을 해서 나눔자리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지난해 아버지도 장기기증을 하고, 같이 이름이 새겨지게 됐다”며 “부모님이 모두 뜻깊은 일을 한 데다 이렇게 본부에서 미사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3년 전 심장이식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사는 오수진(아가다) KBS 기상캐스터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제로 기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그는 “수많은 사람 중에 왜 제가 그 소중한 심장을 받았는지, 이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제가 받은 것은 단순히 장기로서의 심장이 아닌 ‘사랑’”이라며 “앞으로의 삶은 그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지난 1월 장기를 기증한 고 김미숙(미카엘라)씨의 남동생 김진호씨는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며 “평소 예수님을 닮고 싶어 했던 누나의 삶은 세상에 남은 우리 가족에게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삶의 방향성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나의 이러한 뜻이 세상에 널리 비춰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활동들이 퍼져나가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91년부터 매년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기증자 유가족만 초청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추모 미사에는 약 600명이 동참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장기기증자를 위한 생명나눔 월례미사’를 봉헌한다. 미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기사링크 :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812606&path=202111